학생들에게 소중한 존재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한 육 칠 년 전이었을 게예요. 제가 교수님의 열역학 수업을 들었거든요. 그 때 수업 맨 마지막 날, 저는 "노력상" 이라고 적힌 상장을 교수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저는 그 상장을 요즘도 저의 일가방 속에 넣어 다니고 있답니다." 어느 졸업생으로부터 날라 온 편지 내용 입니다. 한때 공학 공부가 힘들고 지겨워서 그만 포기할까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지금은 무사히 졸업해서 뉴욕에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때 상장이 흔들리던 자신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아직도 자신의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저는 매해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한 학기동안 가장 많이 발전했거나, 가장 예리한 질문을 했거나, 가장 많이 노력했거나, 가장 눈에 띄게 자신감이 붙은 학생들에게 상장을 줍니다. 단지 시험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상이 아니고 가장 바람직한 발전과 변화를 보여준 학생에게 주는 상입니다. 상(常)이라 해봤자 그저 강의실에서 동료 학생들로부터 받은 박수와 함께 받은 종이쪽지 한 장에 불과한데 그것이 졸업 후 오랜 동안 학생과 매일 함께 생활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우리는 이미 잊었지만 우리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우리를 만남으로 인해 인생을 보람되고 힘차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 교육자의 인생은 참으로 뜻 깊어 보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받은 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잡무를 보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쑥 다 내려가 버렸고, 밉상으로 보이던 주변 사람들에게 마저 미소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라는 직업이 참으로 멋져 보였습니다.
한 평생 살다보면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섯 명의 중추적인 역할자 (five pivotal people)를 만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아기에 첫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주로 자신을 돌봐줬던 어머니나 아버지 같은 보호자입니다. 두 번째는 사춘기 또는 청소년기를 지낼 때, 가장 민감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자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친구나 스승이 등장합니다. 세 번째는 성인으로써 사회에 진출하는 무렵에 흔히 나타납니다. 나머지 두 역할자는 성인이 된 후에 만나게 됩니다. 우리 교수들은 바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의 중추적인 역할자로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무렵 진정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 불우한 학생들에게는 탈렌트, 가수, 운동선수 등 국내외 수퍼스타 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은 그 허깨비에 홀려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기도 합니다. 그것은 학생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학생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망각하고 있을 때 생기는 현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우리를 그저 지적 세계의 교수님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세계의 스승으로써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말 한마디, 손짓 하나 조심스레 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한 마디, 아무 뜻 없이 보인 제스처나 몸동작이 학생들에게는 큰 상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그 반대로 우리의 긍정적인 말 한마디나 따스한 눈길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손가락 하나라도 의식적으로 마음을 써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존재다.”우리 교육자가 주문 외듯 매일 읊어야 할 학생중심교육 만트라입니다. 학생을 살리는 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사는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