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반드시 일어설 수밖에 없는 7가지 이유

 

조벽, 최성애

 

명진 출판

1998. 3. 17.

 

30회 청소년 권장 도서 선정

1999년 국방부 권장 도서 선정

 

 

세상이 바뀌면 무기도 갈아야 한다

 

어떤 청년이 골목길을 가다가 불량배를 만난다. 불량배에게 둘러싸이지만 청년은 늠름하다. 청년은 가볍게 기합 소리를 내지른 후 고도의 태권 동작을 시범 보인다. 허공을 찌르고 가르고 긁어 대는 날카로운 맨손 놀림에 놀란 불량배는 똥줄 빠져라 도망간다.

     이소룡의 쿵푸가 미국서 선풍을 일으킬 즈음 미국 영화나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던 장면이다. 그러나 요즘에 나오는 장면은 색다르다. 깡패들에게 둘러싸인 청년은 예전보다 더 세련된 동작과 기합으로 시범을 보인다. 그런데 이제는 깡패들이 오히려 더 늠름하다. 가히 예술적이라 할 만한 손놀림을 다 구경하고 난 후에 깡패는 권총을 꺼내어 청년을 겨눈다. 이번에는 청년이 혼이 빠져 도망간다.

     이 두 장면은 위기에 놓여 있는 한국을 잘 보여준다. 한국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동서고금을 통틀어 눈부신, 과히 기적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손재주가 비상하고 열심히 일하는 중, 고졸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능 올림픽의 금메달은 한국이 싹 쓸지 않았는가. 우리는 외국 기계를 사들여 와 그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24시간 돌려 가면서 많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 외국에 내다 팔았다. 한 마디로 임금 경쟁을 치렀다. 선진국은 한국의 값싸고 쓸 만한 물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서 홀린 듯이 한국 물건을 보이는 대로 사들였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물건 하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품질은 선진국을 못 따라가고 가격은 후발 산업국(중국, 동남아, 남미)보다 비싸니,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인기가 없다. “못 먹어도 고!”라는 식으로 한국 기업은 물건이 안 팔려도 꾸역꾸역 만들어 낸다. 한국에 삼팔광땡 오복성이 떴다 하니 남의 돈을 꾸어서라도 무조건 ‘고!’다. 그러다가 ‘피바가지’ 뒤집어쓰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격이다.

     어떻게 된 건가? 왜 여태껏 해 오던 방법이 안 통한단 말인가? 한국은 여태껏 맨손으로도 너무 잘 싸워 세계를 때려 눕힐 것 같았는데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 일격에 기절 초풍할 지경까지 왔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청년의 주먹이 아무리 맵다 한들 총 앞에서는 꼼짝 못 할 수밖에 없듯 한국이 온갖 폼을 잡아 봐도 세계는 눈 깜빡하지 않는 것이다. 되레 한 방 어처구니없이 얻어터진 격이다. 이제는 맨주먹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

     같은 원시인이라도 맨손의 원시인은 뾰쪽하게 깎은 돌을 쓰는 신석기 원시인에게 졌고, 청동기 시대는 철기 시대에 굴복했고, 인디언이 총 든 백인에게 무너졌듯이, 시대에 따라 싸우는 기술도 따라 변해야 생존하는 법이다. 세상이 변해 선진국의 노동 인력은 첨단 무기로 무장했는데 한국 노동 인력은 계속 맨주먹의 힘으로 덤볐으니 어처구니없이 진 게 아닌가. 마치 왜군의 총 앞에 맨손으로 대결하던 임진왜란의 의병을 상기시켜 준다. 선진국과의 경제 전쟁에서 한국의 노동 인력은 총알받이밖에 안 되는 전황인 것이다.